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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0 13:21:06 +09001200 comments
[일사일언] 이마 위 사죄문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09/2017020903560.html

나는 공교롭게도 물과 가까운 데서 살아왔다. 고향 전남 벌교 마을에선 밀물이 올라오는 냇가였고, 서울 올라온 뒤로는 한강 나룻가였고, 모래내 다리 근처였으며, 지금은 개봉동 목감천 가에 살고 있다. 아내는 용띠 남편과 살다보니 흔치 않은 수해를 세 번이나 겪고, 싱크대 수도꼭지며 양변기 밸브도 걸핏하면 물이 샌다고 눈을 흘긴다. 그럴 때면 뒤돌아 독백으로 중얼거리며 자존심을 달랜다. "자기도 뱀띠면서…."

낮은 데서만 살아서 그런지 산에서 보는 막힘 없는 풍경은 물론 굽이굽이 고갯길 바로 밑의 풍경을 보는 것도 나는 좋아한다. 북악터널을 빠져나오던 어느 깊은 밤이었다. 차가 없으면 거저 줘도 못 산다는 북한산 중턱 평창동에서 보는 야경이 궁금했다. 주택단지 초입에서는 담과 지붕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골목을 돌고 돌아 가장 윗길로 들어섰을 때, 헤드라이트에 비친 글씨가 보였다. '○○○ 회장님. 죽을 죄를 졌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 올림.' 어른 키만 한 판자에 쓰여 있는 사죄문이었다. 그곳 주민들도 볼 수 있게 길목에 세워 놓은 그것을 보고, 사죄를 하고 또 받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떠할지 예상이 돼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홍지문을 지나는 산 벼랑길에서 문득, 어릴 적 나도 사죄문이랄 수 있는 글을 쓴 일이 생각났다. 열이나 되는 형제 중에 누나와 나는 생일이 같고 성정이 비슷해서인지 우애가 남달랐다. 하루는 누나가 내게 화를 냈다. 영문도 모르겠고 처음 있는 일이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대놓고 이유를 따져 묻거나 잘못했다고 사과하기엔 또 어색했다. 생각하다 못해 글을 한 줄 써서 내 이마에 붙이고 잤다. '누나, 무조건 미안 미안'이라고. 그 뒤로 누나와 나는 종전처럼 잘 지냈다. 요즘도 내가 "참 곱게 늙으시는구려" 하면 "너도 꽤 괜찮게 산 것 같구나"라고 말해주는 우리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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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꼭 오피니언이라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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